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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남반구에서는 6월 22일이 하지 아닌 동지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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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달력으로는 겨울이 시작되는 달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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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기지 주변은 4월말 5월 초순부터는 남극의 겨울이 시작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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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해안에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얼어 붙어 있고, 해안 바닥은 해안에서 20 30미터 또는 그 이상까지 시퍼렇게 얼어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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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썰물 때 바닥이 언 것이 밀물때 녹지 않고 계속 얼어 나가는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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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주위의 지면은 하얗게 덮이고 빙벽은 유난히 푸른 색을 발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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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5월 하순경에는 불어 친 남동풍으로 맥스웰만은 거의 유빙으로 덮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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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어서 유빙으로 덮이지 않은 조금 남은 바다가 얼기 시작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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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바다표면이 5월 말에 얼기는 기지가 준공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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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6월 11일에는 기지주변의 펭귄마저 해빙 위를 일렬종대로 이동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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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바다가 어니까 먹이를 구할 수 없어서 떠나는 것이리라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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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대신 해빙위에 남극 물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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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문자 그대로 남극의 겨울임을 보여 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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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22일에는 태양이 9시 반이 못 되어 뜨더니 2시 반경에 져 낮시간이 5시간 정도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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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러나 산위로 나타난 태양이 기지에서 보이기는 11시가 다 되어서 보이고 2시경이면 산허리 아래로 내려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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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오늘은 하늘마저 흐려 유난히 음산한 날씨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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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구름에서나마 태양은 가장 북쪽에서 떠서 가장 북쪽으로 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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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대원들은 며칠전부터 동지잔치 준비를 해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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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체련실의 샌드백, 실내자전거, 런닝머신과 역기, 아령 등이 밖으로 밀려나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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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킹 세종이라고 영어로 쓴 글씨를 잘라내고 적색과 청색종이를 바르고 속에는 형광등도 켜 놓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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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직경 20센티미터가 넘는 전구도 만들어 은종이를 붙여놓고 천정에 매달아 전기드릴을 이용하여 돌아가도록 해 놓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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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사인펜으로 꼬마전구를 울긋불긋하게 색칠해서 오색등처럼 보이게 만들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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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머리를 짜내어 기지에서 가능한 시설로 장식을 해 보는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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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드디어 저녁 8 시가 되어 잔치는 시작되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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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사회는 조진호 대원이 맡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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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991년 동지를 축하하고 월동대원들의 건강을 비는 건배에 이어서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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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어서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대원들이 나가기 시작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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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노래는 미리 며칠전에 동지잔치 준비위원회에서 대원들이 평소 잘 부르는 노래를 알아 곡만 새로이 녹음해 놓았다가 순서대로 트는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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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곡은 기지에 있는 음악 테이프를 뒤져서 찾아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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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도 간간이 섞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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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세상에서 가장 추한 여자 네가지, 식인종에게 잡힌 백인포로들의 관한 이야기, 아버지와 아들의 목욕탕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 등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나온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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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모두가 그 내용의 기발함에 혀를 둘렀고 우스워 어쩔 줄 몰라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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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모두가 흥겨워 노래 부르고 춤추는 가운데에서도 의사인 이상복 대원은 비디오 카메라의 조명을 계속 밝혔고 최박사는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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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는 사진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음악이 끝날까봐 재빨리 춤판으로 끼어들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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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체구는 작은 사람이 목소리는 커서 문자 그대로 신고산이 아닌 킹조지섬이 우르릉 울리는 것 같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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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기지의 막내인 이석원 대원은 브레이크 댄싱을 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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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현덕 대원은 박달재는 제천에 있는 높은 고개라고 노래가사의 해설까지 붙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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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탁구대를 이용한 탁자에는 캔맥주와 국산양주가 나왔고 캔포도, 구운 오징어, 땅콩, 쥐치포, 새우깡, 맛동산에 비스킷이 두 가지 나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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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사이다, 맥콜, 환타 등의 음료도 준비되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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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밖에는 눈보라가 치는지라 얼음을 구하지 못해 국산양주를 사이다에 섞어서 마셨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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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술잔이 준비되지 않아 맥주 캔의 윗마구리를 오려내자 훌륭한 잔이 만들어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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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밤 11시경부터 한두 명이 자리를 뜨기 시작해 12시가 넘어서자 반 이상이 없어졌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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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때부터 남아있는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경음악 테이프에 맞추어서 노래를 불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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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밤새껏 놀자던 젊은 대원들이 없어져 나이 먹은 대원들만 남게 되자 나오는 노래는 자연히 옛날 노래들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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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중장비 담당인 전은운 대원은 전체준비를 했고 전기기술자인 이현덕 대원과 함께 대원들이 노래를 계속해서 부를 수 있도록 카세트 레코더를 조작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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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흥겨운 놀이에도 세대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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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950년대 말 이후에 출생해 비교적 젊은 대원들은 기발하고 순발력이 있게 잘 놀고 빨리 끝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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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평소 요란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대원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대원들도 있는지라 이런 모임을 강요하지 않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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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오늘은 때가 때인지라 한 사람 빠짐없이 모여서 오래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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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남극의 깊은 겨울 동지는 그 나름대로 최고의 축제인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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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사실 올해는 킹조지섬에 겨울이 예년보다 일찍 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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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물론 중국기지 앞은 바다가 잔잔해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 우리기지 앞보다는 일찍 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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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덜 추운 것이 생활에 편해서 덜 춥기를 기다릴 수도 있으나 우리가 월동생활을 할 때 가장 춥다는 기록도 나왔으면 좋겠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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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기록적인 저온에서도 잘 견뎠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혹한의 기지생활 경험도 얻게 되기 때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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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는 마치 훈련이 고된 해병대나 특수부대원들의 자부심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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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비범한 자연환경은 비범한 생활을 하게 해 비범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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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러나 폭풍설은 한때 눈보라 정도로 위력이 약해지다가 다시 강해지면서 기온은 서서히 내려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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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드디어 또 한 번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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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오늘 오후의 영하 24.0가 끝인가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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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러나 드디어 5일 새벽 5시경에 사무실로 나오니 2시 7분 10초에 영하 24.4를 기록하고 영하 22.5로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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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드디어 기지에서의 기상관측 이래 최저기온 기록을 보였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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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우연도 아니고 행운도 아닌 사실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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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게다가 이번 추위는 하루 이틀이 아니고 연 닷새가 계속해서 추웠으며 그중 최고기온은 6일에 가장 높아 영하 16.4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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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 당시 칠레기지에서는 영하 26.3로 이번보다 높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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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킹조지섬에서의 최저기온은 1975년 7월 칠레기지에서의 영하 28.5인데 이 기록이 16년만에 깨진 것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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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평균풍속이 초속 20미터 이상에 최대풍속이 초속 30미터 정도를 넘으면 눈은 쌓이기 전에 날려가나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날려도 가지만 쌓인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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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기지부근의 평균 적설량은 184센티미터로 과거 최대 적설치인 1990년 6월의 80센티미터보다 무려 1미터나 많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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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본관과 정비동은 지붕까지 눈이 닿았고 컨테이너들은 눈속에 잠길 정도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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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번 기온과 적설내용을 정리해서 팩시밀리를 연구소로 보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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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 내용을 작성하던 장익순씨는 기상 팩시밀리 자료가 없어서 대단히 아쉬워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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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칠레기지에서 보내던 자료를 7월 27일부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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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아직도 8월 중순이라 추위가 다 간 것은 아니고 기온이 더 낮아질 수도 있으나쉽게 쉽게 기록이 깨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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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그런 점에서 제 4차 월동대는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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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남극은 추워야 되고 게다가, 겨울에는 매섭게 추워야 남극의 맛이 나는 법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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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남극 세종기지 부근의 새 1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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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남극을 생각하면 반드시 펭귄을 연상할 정도로 펭귄은 남극의 상징이 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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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실제 푸른 탁상형 빙산을 배경으로 황제펭귄이 서 있는 것을 보면 남극의 신비를 새삼 느낄 수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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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펭귄은 지상에 17종이 있는데 남극에는 5종류가 서식하고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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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펭귄은 새종류이기는 하나 날지 못하는 대신에 몸이 유선형이고 날개에 해당하는 지느러미가 튼튼한 노역할을 해서 물속을 재빠르게 헤엄치며 살게끔 되어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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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대개의 새들은 날기에 좋도록 뼈속이 비어 있지만 펭귄의 뼈는 오히려 잠수에 좋도록 뼈속이 꽉 차서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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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뿐만 아니라 호흡기관, 체열보존 등 생리조직과 깃털과 피하지방 등이 추운 곳에 살 수 있도록 발달되어 환경에 적응되어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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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화석으로도 펭귄은 북반구에서는 발견되지 않아서 출현과 발달, 분포를 짐작케 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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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세종기지부근에는 첸투펭귄과 췬스트랩펭귄 그리고 아델리펭귄이 있으며 마카로니펭귄이 어쩌다 보이며, 황제펭귄은 필데스반도쪽 해안에서 드물게 관찰된 적이 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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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전투펭귄은 일명 파푸아펭귄이라고도 하며 눈위의 흰 삼각형과 주황색 부리가 특징이며 세종기지에서 많이 관찰되는 펭귄 가운데서 가장 크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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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황제펭귄, 임금펭귄에 이어서 세번째로 커서 60센티미터가 넘는다고 하나 대개는 50센티미터 정도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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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성격은 비교적 온순한 반면 호기심이 있는 편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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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기지남쪽 2킬로미터 지점에는 펭귄의 군서지가 있는데 이 군서지에 9월 중하순경 도착해 곧 집을 짓기 시작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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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작은 돌멩이를 물어다가 직경 30, 40센티미터 정도로 가운데가 낮고 둥그스름하게 짓는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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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젠투펭귄은 호기심이 있어서 사람 가까이에 다가오기도 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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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런 점에서도 젠투펭귄의 온순한 성격이 나타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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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펭귄새끼는 12월 초순경부터 부화하기 시작하여 어미가 교대로 바다에 나가서 잡아먹어 반쯤 소화된 크릴로 된 먹이를 받아먹고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큰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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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월 하순경에는 상당히 커서 어미만큼 크나 털이 보송보송한 솜털 그대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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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이때의 체격은 크긴 하지만 방수깃도 안나서 물에는 못 들어간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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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3월 초중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등을 대고서 털갈이를 하며 체열을 보존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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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털갈이 이후에는 물에 들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군서지를 떠난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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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췬스트랩펭귄은 눈위의 머리 윗 부분과 등이 흑색이며 나머지 부분은 백색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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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뺨과 입 아래의 턱에 까만 선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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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키는 젠투펭귄보다 약간 작으며 몸이 비교적 날씬하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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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성격은 대단히 공격적이어서 물러서지 않으며 번식기에는 사람한테도 덤벼든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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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호기심은 젠투펭귄만큼 있으나, 아델리펭귄 만큼은 없는 것 같다. |